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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이야기 "귀신 놀이"

홀짝귀신디여니
| 조회 : 1677 | 댓글 : 0 | 추천 : 1 | 등록일 : 2022-01-16 오후 7:49:06
3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대학에 입학했을 때였다.
학교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그러니까 집에서의 구속에서 풀려나 법적으로 당당한
성인이 되었다는 사실에 그 기쁨들을 한껏 느끼고 있을 때였다.

물론 열심히 공부를 하지 않았기에
그리 좋은 대학에 들어오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공부를 한다고
진땀을 빼고 그것에 대한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하니 마냥 즐거웠다.

세상이 나의 중심이라는 생각. 그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평생 보지도 못했던 귀신을 그렇게 무서워하고,
기억나지도 않는 악몽 하나에 하루 종일 떨었던 내가
그렇게 무모한 짓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대학을 다니던 곳은 무척이나 기온 변화가 심한 곳이었다.
여름이 되면 TV 아나운서가 늘 ‘오늘 최고 기온을 기록한 ○○지방은···’이라고
말하는 곳이 바로 내가 사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그날도 너무 더운 날씨가 밤까지 계속돼서 자취방에서
속옷만 입고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심심했다.
심심할 수밖에 없었다.

신입생 O.T다, M.T다, 신입생 환영회다 하는 북적북적한 행사가
모조리 끝난 신입생의 종강과 방학은 흥청망청 놀기만 하던 나에게는
치명적이게 길었고, 더위 또한 살인 사건 하나 일어날 정도로 길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멍하게 방에서 선풍기만 붙들고 있던 나는
도저히 지루함을 견딜 길이 없어서 휴대폰을 들었다.

"야. 뭐 해?"

"으, 응···."

휴대폰 너머에서 들려온 맥빠진 대답은 그 녀석이 나와 비슷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았다는 느낌을 단박에 알아차리게 해 줬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친구에게 말했다.

"성호야. 나 심심해."

"어, 나도."

"이럴 때 필요한 게 재밌는 놀이 아니겠냐?"

"응?"

나는 성호에게 아침부터 멍하게 있으면서 생각해 놓았던 것들을 들려주었다.
상당히 심심했던 성호도 내 이야기를 듣더니 미친 듯이 웃으며
뜻을 같이 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나는 내 계획을 대강 말해 주고 전화를 끊고는
필요한 준비물을 챙기기 시작했다.

튼튼한 노끈, 빨간 물감, 그리고 흰 천. 가발은 성호가 다른 단대
연극부에서 빌려 온다고 했으니 이것으로 준비 끝.
나는 앞으로 벌어질 재밌는 일을 생각하며 준비물을 들고
성호의 집으로 갔다.

그것이 앞으로 벌어질 끔찍한 일의 시작인 줄도 모르고서 말이다.

"야, 가발은?"

"들고 왔지. 내가 설명하니까 그 사람들도 웃으면서 빌려 주더라. 잘해 보라고."

"흐흐흣, 멍청이들. 자기들이 걸리면 어쩌려고."

"설마. 정신이 나가지 않은 이상 그러기야 하겠냐."

나와 성호는 그렇게 웃으며 이벤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쯤 되면 다 알 것이다. 우리가 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바로 [귀신의 집]을 패러디한 [귀신의 대학가]였다.

나는 굉장히 겁이 많은 성격이었기 때문에 담력이 센
성호가 귀신 분장을 하기로 했고, 그동안 나는 다른 조력자들을 구했다.

"여보세요? 성현이냐?"

"어, 왜?"

"지금 재밌는 거 할 거거든? 성호 집으로 빨리 와."

"무슨 일?"

"오면 알아."

나와 성호, 그리고 내가 부른 또 다른 친구인 성현이.
그렇게 세 명이서 모여 어떻게 하면 더 무섭게 보일지
궁리를 하며 분장을 마치고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내가 다니는 대학은 도심과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대학가라고 해 봐야 술집 몇 군데와 식당, 편의점이 다였고,
그 외에는 전부 논밭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24시간 불이 환한
대학교 안보다는 대학 주위에 위치한 어두컴컴한 곳의 한 지점을 정하고는
시시덕대며 이동했다.

우리가 정한 자리는 어느 골목이었는데 평소에도 정말 음산한 거리였다.
술집이 밀집한 곳을 벗어나 어느 장소로 가는 길이었는데
오른쪽에는 논이 펼쳐져 있고, 왼쪽에는 나지막한 언덕 위에 무덤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는, 가로등 하나 없는 길목이었다.

우리는 도착하자마자 길 시작 부분에 있는 큰 나무둥치 사이에 몸을 숨겼다.
무덤 뒤에 있다가 사람이 오면 일어나서 놀래켜 주자던 성현이의 의견은
장난이라고 해도 밤중에 무덤 가까이 가서 앉아 있기에는 너무 꺼림칙하다는
성호의 반대로 인해서 묵살되었다. 결국 나와 성현이는 길이 시작되는
큰 나무 뒤에 숨어서 구경하기로 했고,

성호는 길 중간에 위치한 논두렁에 숨어 있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벌떡 일어나
놀래켜 주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게 됐다.

"야. 근데 어떻게 해야 돼? 그냥 일어나서 쳐다보면 되냐?"

"그냥 막 뛰어나가, 정신병자처럼."

"야, 그러다가 집단폭행당하면 어떡해."

"그러니까 여자나 한 사람 정도만 지나갈 때 하면 되지."

"아─ 씨···."

우리는 들뜬 기분으로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으면서
사람들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고, 처음 지나갔던 두세 명은
우리가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을 수 있는 기쁨을 주었다.

완전 몸이 얼어서 주저앉아 버린 여학생부터 술에 얼큰하게 취한
남성이 줄행랑을 치는 것까지. 술에 취한 사람이 휘청거리며
미친 듯이 뛸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사람들을 놀라게 하며 웃고, 떠들고,
놀란 사람에게 혼나기도 하며 그 시간들을 즐겼다.

그렇게 한참을 귀신 놀이의 재미에 푹 빠져 있을 무렵···

"야. 이제 사람 안 지나간다."

성호가 말하며 허리를 펴고 저려오는 다리를 두드렸다.
꽤 오랜 시간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 나는
시계를 쳐다봤다.

시침은 새벽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만 갈까?"

성호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던 나와
성현이는 조금만 더 하자며 성호를 말렸다. 성호는 투덜거렸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딱 한 사람만 더 하고 가자고 하고는
화장실에 간다며 자리를 떴다. 우리는 성호가 올 동안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죽 나열하며 키득거렸다. 그러던 도중,
길목 아래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또 사냥감이 걸려든 것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때까지 성호는 화장실에서 돌아오지 않은 상태였다.
화장실이 딸린 건물이 그곳에서 그리 멀지도 않았는데 성호 이 녀석은
20분이 지나도록 오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아쉬워했지만 이미 인기척은
우리가 숨어 있는 바로 앞 길목에서 나고 있었다.
성현이는 성호 욕을 하며 고개를 내밀고 지나가는 사람을 살폈다.
그러고는 갑자기 피식 웃는 것이었다.

"야. 알고 보면 웃겼는데 모르고 보니까 진짜 나도 조금 놀라네."

"왜?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왜 그런가 싶어 반대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움찔하며 턱을 위로 당겼다.
우리가 사냥감을 찾던 그 길 위로 귀신 분장을 한 성호가
지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누군가를 놀라게 할 때는 마냥 재밌었는데 좀 떨어진 곳에서
혼자 으스스하게 걸어가는 성호를 보니 정말 그럴듯했다.
성현이와 나는 서로 피식피식 웃다가 성호를 불렀다.

"야, 너 어디 가?"

"야, 미친 척하지 말고 빨리 와. 그러다 사람 오면 어쩌려고."

그러나 우리의 부름에도 성호는 아무 말도 없이 느릿느릿하게
우리의 반대쪽으로 지나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성호에게 욕을 하며 빨리 돌아오라고 손짓했던 나는
이상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성호의 걸음걸이가 너무 어색했다.
마치 치마 밑에 바퀴가 달려 있는 것처럼 미끄러지듯이
점점 멀어지는 것이었다.

비록 우리가 숨은 곳과 그 길이 6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어색해 보였다.
나는 조금 무섭다는 감정과 찝찝한 느낌이 뒤섞여서
큰 소리로 성호를 불렀다.

"야, 인마! 그래, 무섭다! 그만하고 빨리 와!"

성현이도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는지 고개를 까딱이며 성호를 불렀다.
하지만 이상하게 성호가 반대편으로 사라질 때까지 그곳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아마도 우리가 뛰쳐나가서 성호라고 추정되는 인형과 조우를 했을 때
만약 성호가 아니라면 어쩌나 하는 작은 불안감 때문이었으리라.
그렇게 성호는 길 반대편으로 슬그머니 사라졌고,
성현이는 이상한 기분을 떨쳐내려는 듯 담뱃갑을 열어 담배를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이려고 했다. 그때였다.

"야, 나 왔어."

"으악─!!"

나와 성현이는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성현이는 담배를 입에서 떨어뜨리고 부리나케 길목으로 뛰쳐나갔고,
나는 그 자리에 굳어서 고개를 돌리지 못한 채 얼어 있었다.

방금 우리 앞으로 지나갔을 터인 성호의 목소리가 바로 내 등 뒤에서
들렸기 때문이다.

나는 침을 삼키고는 돌아가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 뒤로 돌려보았다.
거기에는 무표정을 한 성호가 서 있었다.

"어··· 어···"

"왜 그래?"

"아, 아니···. 방금 전에 길에서 너, 지나갔는데···"

성호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길목 쪽으로 도망갔던 성현이도 조심조심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몇 분간의 정적. 숨을 고른 우리는 성호에게 달려들었다.

성현이는 계속 욕을 하며 성호를 때렸고,
나는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성호는 그런 우리의 반응에도 모르겠다는 듯이 여전히
표정 없이 서 있었다.
나와 성현이는 한숨을 푹푹 쉬다가 긴장감을 털어내려는 듯이 입을 뗐다.

"와, 진짜 놀랐네···."

"그래. 와, 십년감수했다···."

"이제 진짜 사람도 없고···. 집에 가자, 그냥."

"그래. 아, 땀났어···. 빨리 씻고 싶다."

그러던 도중, 성현이가 입을 닫고 쭈뼛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있잖아···. 그러면··· 방금 지나간 건···."

그제서야 우리는 성호를 만났다는 안도감이 가시고 다시 공포감에 물들었다.
영문을 모르는 성호는 그냥 무표정하게 서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성현이는 서로를 바라보며 어떻게든 여기 서 있는 성호와
방금 지나간 성호를 결부시켜 보려고 했지만
길 반대쪽으로 사라진 성호가 성현이가 담배 한 개비 꺼내서 불을 붙일 동안
순식간에 우리 뒤로 왔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성호에게 방금 있었던 일들을 설명해 주었다.

"·····와···. 그래서 네가 그때 뒤에 갑자기 있는 거야.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 진짜."

"아, 씨···. 이제 진짜 가자. 무섭다."

"그래, 빨리 가자."

우리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한숨을 쉬는 동안에도 성호의 표정은 무표정했다.
평소 같으면 분명히 같이 호들갑을 떨었을 성호였는데
얼굴에 아무런 표정도 없는 것이었다.
입을 굳게 다물고 눈을 반쯤 뜨고는 우리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성호의 반응이 신경 쓰여서 그의 어깨를 탁 치며 말했다.

"야, 인마. 너까지 그러지 마. 우리는 충분히 무서웠다고. 근데 진짜 그거 너 아니지?"

"아, 진짜 놀랐어···. 아, 내 담배. 씨, 언제 떨어졌어?"

그때였다. 귀신인지 성호인지 모를 존재가 사라졌던 길 끝 쪽에서
누군가가 뚜벅뚜벅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성현이와 나는 마주 보며 씨익 웃었다.
마지막 사냥감이었다.

방금 우리가 느꼈던 그 공포를 마지막으로 선사해 주겠다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그 발걸음의 주인공을 본 순간,
우리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을 느꼈다.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까 전에 우리 앞을 지나갔던
성호였던 것이었다.

"얘들아, 무섭지? 흐흐하하핫··· 내 연기 어땠어?"

그렇게 다가오며 말하는 성호의 목소리에 우리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우리와 같이 있었던 성호를 돌아봤다.
무표정한 얼굴로 우리와 같이 있던 성호는 어느새 눈을 부릅뜨고
입을 벌린 채 양 입꼬리가 귀에 걸릴 듯이 웃고 있었고,
치아가 위치할 곳에는 시커먼 핏덩이가 한 움큼 물려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전속력으로 달렸던 것 같다.
정말 살면서 그렇게 달려 본 적이 없었다.

나와 성현이는 어리둥절해하는 성호를 낚아채다시피 하며
골목을 질주해 술집이 밀집한 거리까지 뛰쳐나왔다.
나와 성현이는 내 자취방까지 뛰어와서 이불을 머리끝까지
덮고는 부들부들 떨었다.

성호는 궁금한 얼굴로 우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캐물었고,
뜬눈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나서야 성호에게 설명을 해 주고
우리는 잠을 잘 수가 있었다.

그 뒤로 거의 서너 달가량은 해가 지면 절대로 밖에 나가지 않았다.
성현이는 무섭다며 자신의 자취방에서 아예 짐을 싸 들고 나와
우리 집에서 같이 몇 달 동안 살았을 정도였다.

지금이야 성현이와 성호를 만나면 그게 무엇이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며
웃지만 당시에는 정말 끔찍한 경험이었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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